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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랩 매거진

버려진 페트병의 역습

2026-04-10

 CLAB PICK!


당신이 입는 아웃도어 재킷의 전생

노스페이스 재킷을 입을 때, 그 원단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당신이 즐겨 입는 아웃도어 재킷 속에는, 누군가 버린 페트병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 효성TNC의 리젠(REGEN)은 버려진 폐페트병을 수거해 고품질 폴리에스터 섬유 원사로 재탄생시키는 B2B 소재 브랜드다. 이 원사는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등 국내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의 제품 원단으로 들어간다.

소비자는 리젠이라는 이름을 모를 수 있다. 효성TNC가 어떤 회사인지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쓰레기통에 버려진 페트병이 고급 섬유 원단이 되어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이 공급망은, B2B 제조업체가 순환경제를 설계하는 방식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답이다. 환경을 말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공급망 자체를 바꾼 기업은 드물다. CSR 담당자들조차 잘 모르는 이 기업의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다.


기업명 효성TNC
활동명 리젠(REGEN) — 폐페트병 재활용 섬유 원사
기간 2012년 ~ 현재
유형 순환경제 공급망 / B2B 제조업 임팩트
핵심 아이디어 버려진 폐페트병을 수거해 고품질 섬유 원사로 재탄생시키고, 노스페이스·블랙야크 등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에 납품하는 B2B 순환경제 공급망 설계

쓰레기통에서 출발해, 아웃도어 매장에 도착하다

섬유 원사를 만드는 일은 보통 석유에서 시작된다. 원유를 정제해 폴리에스터를 뽑아내고, 그것을 실로 만들고, 옷감이 된다. 효성TNC는 이 공식의 시작점을 바꿨다. 석유 대신 버려진 페트병에서 출발한다.

공급망의 출발점을 다시 설계한 것이다.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B2B 제조업체가 순환경제의 기반 인프라를 쌓는 방식이었다.


B2B 기업이 순환경제를 설계하는 법

효성TNC는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파는 회사가 아니다. 옷을 만드는 브랜드들에게 원사를 공급하는 B2B 제조업체다. 일반인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폴리에스터·나일론·스판덱스 등 주요 섬유 원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다. 리젠(REGEN)은 이 회사가 만든 재활용 섬유 원사 브랜드다. 수거된 폐페트병을 파쇄하고, 세척하고, 녹여 칩으로 만든 뒤 다시 실로 뽑아낸다. 물성과 품질은 일반 폴리에스터 원사와 같다. 다른 건 출발점뿐이다.

이 공정의 핵심은 품질이다. 재활용 소재는 으레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다. 리젠은 그 인식을 깨는 데 집중했다. 고품질 원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브랜드들이 채택한다.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같은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가 리젠 원사를 택한 건 환경 때문만이 아니라, 품질이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공급망의 업스트림을 바꾼다는 것

브랜드들이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방식은 보통 두 가지다. 소재를 바꾸거나, 포장을 바꾸거나. 그런데 소재를 바꾸려면 누군가 그 소재를 만들어야 한다. 리젠은 그 '누군가'의 역할을 맡은 기업이다. 브랜드가 친환경 라인을 출시하고 싶어도, 재활용 원사를 공급하는 업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효성TNC는 공급망의 가장 앞단에서 선택지를 만들어놓은 기업이다.

이 구조는 중요하다. 노스페이스가 '에코 라인'을 출시할 수 있는 건 리젠 같은 공급업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환경을 말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먼저 바꾼 기업. 그것이 효성TNC가 순환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다.


보이지 않아서 더 강한 임팩트

효성TNC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리젠을 직접 알릴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리젠이 만든 섬유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리젠 원사로 만든 아웃도어 재킷, 스포츠웨어, 가방. 소비자는 모르지만, 이 흐름은 이미 시장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B2B 기업의 임팩트는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진다. 브랜드 캠페인 한 번으로 주목받는 방식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조용히 바꾸는 방식이다. 페트병 하나가 수거되어 원사가 되고, 원단이 되고, 재킷이 되어 누군가의 등 위에 걸리는 그 과정을, 효성TNC는 묵묵히 설계했다. 이것이 B2B 기업이 순환경제에 기여하는 가장 구조적인 방식이다.


다음 질문 — 수거에서 설계까지

리젠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재활용 원사를 만들려면 먼저 폐페트병이 깨끗하게 수거되어야 한다. 분리수거 품질이 낮거나 이물질이 섞인 경우엔 재활용 자체가 어렵다. 원사 생산 과정에서도 에너지가 소모되고,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그러나 리젠이 보여준 건 방향이다. 버려지는 자원을 다시 산업의 원료로 끌어들이는 공급망 설계, 그 설계를 소비자가 아닌 B2B 단계에서 먼저 실행하는 방식. 순환경제는 브랜드의 '친환경 캠페인'이 아니라, 공급망 깊은 곳에서부터 구조가 바뀔 때 가능해진다. 효성TNC는 그 시작점을 만든 기업이다. 조용하지만, 그 때문에 더 오래 남을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