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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랩 매거진 현대자동차

기준을 다시 묻는 선택

2026-01-16

 CLAB PICK!


이건 배려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였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종종 ‘얼마나 도왔는지’로 평가됩니다. 기부 규모, 수혜 인원, 눈에 보이는 성과 말이죠. 하지만 모든 문제를 그렇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동권처럼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문제일수록, 성과는 더디고 변화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는 올해, 이동을 편의의 문제가 아닌 기준의 문제로 다시 정의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더 빠른 기술보다, 누구를 사용자로 가정할 것인가를 먼저 묻는 결정이었습니다. 이 선택이 인상적인 이유는 ‘특별한 사람을 돕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모든 설계의 출발점을 다시 세웠기 때문입니다. CSR 담당자라면 알 겁니다. 기준을 바꾸는 일은 기능 하나를 추가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요. 
 그래서 이 사례는 조용하지만 분명히, 기업이 선택한 잘한 일입니다.



기업명 현대자동차
활동명 장애인·교통약자 이동 접근성 강화 모빌리티 프로젝트
기간 2026년
유형 #이동권보장 #포용적기술개발
핵심 아이디어 이동 약자를 ‘특별한 예외’가 아닌 기본 사용자로 포함시키며, 모빌리티 기술의 설계 기준 자체를 재정의


도시는 연결돼 있지만, 기준은 하나였다

도시는 점점 더 촘촘하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도로는 늘고, 교통수단은 다양해졌죠. 
 하지만 그 연결이 모두에게 열려 있었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여전히 누군가는 계단 앞에서 멈추고, 차량 앞에서 한 번 더 망설여야 합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이 불편을 개인의 적응 문제로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동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대신, 이동의 기준이 누구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왔는지를 묻는 선택이었습니다. 그 질문이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누가 ‘사용자’로 가정돼 왔는가

도시의 이동 시스템은 오랫동안 하나의 몸을 기준으로 설계돼 왔습니다. 계단을 오를 수 있고, 빠르게 반응하며, 표준적인 조작을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는 몸 말이죠. 이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늘 추가 설명이 필요했고, 스스로 적응해야 했습니다. 교통약자에게 이동은 계획이 필요한 일이었고, 작은 변수 하나가 하루 전체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항의도, 통계도 적었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가 마주한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문제는 있었지만, 기준 밖에 있었던 사용자들. 이들을 다시 기준 안으로 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큰 결단이었습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는 선언

현대자동차의 선택은 단순한 보완이 아니었습니다. 접근성을 옵션으로 추가하는 대신, 연구·개발 단계부터 다양한 사용 시나리오를 기본값으로 설정했습니다. 휠체어 접근성을 고려한 차량 구조, 탑승과 하차의 안전성,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설계까지. 중요한 건 기능의 나열이 아니라 접근 방식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벤트성 캠페인이 아니라, 기술이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부 기준을 바꾸는 작업이었습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감당하겠다는 선언에 가까웠습니다.






권리를 기준으로 하면, 산업이 달라진다

접근성이 개선되면 변화는 이동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출근과 약속의 선택지가 늘고, 일상의 반경이 조금씩 확장됩니다. 현대자동차의 이 선택은 몇 대의 차량을 제공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동권을 기술의 문제로 정의함으로써, 다른 기업과 도시로 확장 가능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동을 보조가 아닌 권리로 바라보는 시선은, 모빌리티 산업 전반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한 기업의 판단이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변화는 충분히 주목할 만합니다.


빠른 혁신보다 느린 기준

이 선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변화는 있습니다.
 이제 이동의 불편은 개인의 적응 문제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설계했는가의 문제로 남게 됐다는 점입니다.
 기업이 기준을 바꾸는 순간, 사회가 묻는 질문도 달라집니다.